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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문화/세계문화유산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따뜻한 봄 햇살이 비치는 제주는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포동포동한 초가집과 구멍 숭숭뚫린 현무암 돌담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얼굴이다.

 

 

 

 

 

 

 

 

 

 

바다를 넘어오는 봄바람은 살랑살랑 곡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봄이 오는 길목은 언제나 순탄한 것은 아니다.

제주사람들에게 이월은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월이면 저 멀리 중국에서 불어오는 영등바람은 제주를 육지로부터 고립시켜버린다.

 

영등할망이 데리고 온다고 해서 영등바람이라고 부르는 이 서북풍은 음력 이월 초하루에 들어와서

보름동안 한라산과 제주전역, 그리고 바다를 돌아서 이월 보름 소섬으로 빠져 나간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이월에 부는 영등바람을 달래야 했다.

전복,미역,해삼,오분자기,문어 등 바다에서 나는 모든 해산물은 이 영등할망의 손에 달렸다.

영등할망을 대접하고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영등굿은 그래서 한 해 가장 중요한 기원의 시간이었다.

 

 

 

 

 

 

 

 

 

 

 

 

영등신과 본향신을 모시고 바다에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칠머리당 영등굿은 2월 초하루 '영등환영제'와 2월 14일 '영등송신제'로 구성된다.

1980년 11월 17일 중요무형문화재 제 71호로 지정됨으로써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도의 영등굿을 대표하게 되었다.

나아가 2009년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차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제주도 영등굿에 관해서는 여러 기록이 남아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제주도의 영등굿은 2월 초하루에 시작하여 2월 보름날 끝난다.

영등굿을 하는 지역은 귀덕, 김녕, 애월 등인데 초하루에는 영신굿을 하고, 보름전에는 영등신을 보내는 오신굿을 한다.

특히 애월에서는 떼배의 모양을 말머리 같이 만들고 색비단으로 꾸며 영등송별제때 놀이굿으로 <약마희>를 한다고 기록하였다.

 

‘영등할망’이 찾아드는 이 기간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는 안 되며 빨래를 해서도 안 된다.

만일, 빨래를 해서 풀을 먹이면 집에 구더기가 번식한다고 한다.

 

 

 

 

 

 

 

칠머리당굿이란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에서 행하는 굿을 말한다.

본향당이란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당신을 모신 곳이다.

이 당의 위치는 건입동의 동쪽 제주항과 사라봉 중간의 바닷가 바로 위 30미터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지명이 칠머리라 하여 칠머리당으로 불렀다. 하지만 현재 칠머리당은 사라봉공원안에 있다.

 

칠머리당은 건입동의 본향당이다. 그래서 영등굿을 할 때에도 ①본향을 모신다.

칠머리당의 본향은 육지에서 온 도원수감찰지방관 신과 용왕해신부인이다. 그 외 터주신인 남당하르방과 남당할망을 모시고,

영등대왕은 해신선왕과 함께 모신다.

 

주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 신은 마을전체의 토지와 주민들의 생사, 호적 등 생활전반에 관한 것을 관장한다.

부인인 용왕해신부신은 어부와 해녀들의 자손들에 대한 장수와 부귀공명을 맡아보는 신이다.

 

 

 

 

①본향: 제주도에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이름

 

 

 

5백여 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온 칠머리당굿. 1980년 칠머리당 영등굿이 중요무형문화재 71호로 지정되었을 때

기능 보유자는 안사인(安士仁, 1928년생) ①심방이었다.

안사인은 21대를 내려온 세습무당으로 이달춘, 홍상옥의 대를 이어 칠머리당의 당맨심방이 되었다.

1990년 안사인이 타계한 후 현재 예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이 대를 잇고 있다. 
김윤수 심방은 4대를 내려온 세습무가 출신이다.

 

 

 

 

 

①심방: 제주에서 무당을 일컫는 말

②당맨심방:신을 모셔 두는 당집에서 그 책임을 맡아 굿을 하는 사람

 

 

 

 

 

영등굿의 구성은 마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문헌과 비교하여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록하던 때에 이루어진 영등굿의 구성은

 

(1)큰대 준비 및 세우기  (2)초감제  (3)요왕맞이 (4)씨드림,씨점  (5)마을 도액막음  (6)영감놀이 (7)배방선  (8)지드림  (9)도진으로 이루어졌다.

 

 

칠머리당 영등굿 송신제 중 초감제를 올리는 모습

 

초감제의 시작은 삼석 울림. 북과 대양, 그리고 설쉐를 장중하게 울려 ‘하늘 옥황 삼천천제석궁’에 “이제부터 영등굿 함수다” 라고 고하는 의례이다. 

 

 

 

 

 

 

 

 

 

 

 

 

 

칠머리당영등굿 영감놀이

 

제주도 굿에서 영감은 본래 7형제로 서울 먹자고을 허정승의 아들이라고 한다. 큰 아들은 백두산 일대를 차지하고, 둘째는 태백산 일대를,

셋째는 계룡산 일대를, 넷째는 무등산 일대를, 다섯째는 지리산 일대를, 여섯째는 유달산일대를 차지하고, 일곱째는 제주 한라산 일대를 차지하였다.

영감은 주로 도깨비신으로 알려져있는데 우스꽝스런 옷차림을 하고 양 손에는 불을 들고 다닌다. 돼지고기와 소주, 수수범벅을 좋아하여

술이 취한채 해변이나 산중을 돌아다닌다.

 

영감놀이내용을 보면 육지에서 제주에 내려온 형님들이 막내를 찾아 굿판으로 들어온다. 어민들로부터 술과 고기를 실컷 대접받고는

해녀나 선주를 괴롭히는 동생을 잘 달래 제장밖으로 나가는 내용이다.

 

 

 

 

 

 

 

 

 

칠머리당영등굿 배방선

 

배방선은 제장에 청해 들인 신들을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짚이나 널빤지로 만든 작은 배에 온갖 제물을 가득 실어 바다로 띄워보낸다.

 

 

 

 

 

 

 

 

 

 

 

 

 

 

 

제주는 신들의 땅이다.

용왕굿, 영등굿,포제.......

척박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의지할 데는 아마도 신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특히, 바다를 업으로 사는 해녀들에게 바람은 가장 두려운 존재이자, 가장 친근한 존재이기도 할 것이다.

바람의 신을 달래고 섬기기 위해 열리는 이 기간은 그래서 가장 엄숙하고 숭고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공동으로 작업한 해산물을 팔아 제물을 준비하는 해녀들의 마음은 각박한 이 시대에 공동체적 삶의 교훈을 주기도 한다.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제주는 풍요로운 땅으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