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때에 신전리 이팝나무에 도착했다.
야트막한 산자락도 벌써 연초록으로 물들었지만, 이 고목의 이파리는 이제 갓 잎사귀를 피웠다.
밑둥을 보면 두 그루인 것 처럼 보이지만, 뿌리에서 갈라져 이 나무는 한 그루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아직도 신정리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제물을 차리고 제를 올리고 있다.
텅빈 밑둥이 애처로워보이지만, 그 질긴 생명력은 쉽게 무너져내릴 것 같지 않다.
이팝나무옆에 자리한 팽나무도 나름 신령스런 모습으로 마을을 감싸주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34호인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재밌는데, 이팝나무에서 '이팝'은 나무가 꽃이 피면 그 모양이 '이밥' 즉 '흰쌀밥'과 같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와, 우리 민속 절기 중 하나 인 '입하'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팝'이라고 불렀다는 유래가 있다.
이 이팝나무가 몇 백 년이라는 세월을 올곧게 잘 자라온 것은 옆에 같이 자리를 지켜 준 팽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문화재청 자연유한 해설은
소개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한없이 가까웠을 두 나무가, 이제 나이가 들어 그 거리는 더 멀어졌지만, 두 나무가 같이 했을 시간에 비하면,
이 거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얗게 꽃이 피어올랐을 때 그 풍요로운 얼굴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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