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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는 소리-밭가는 소리

 

 

이러 올라서 올라서라 쳐지지 말고서 올라서 어두루
이러 호호 이러 마라 안야 올라서
올라서 오르내리지 말아라 참고 이러 오세
이러 오 넘나들지를 말구서 저 비탈밭에 이러
이러 너무 나간다 이러 올라서
이러 올라서 쳐지지 말고서
저 비탈밭에 이러 넘나들지를 말아라 이러 이러 호
이러 호호 마라소는 한발 덜 나가라 이러 호호
이러 올라서라 올라서 허
올라서 이러 올라서 올라서게
이러 허어호 이러 이러 마라 올라서
이러 에에 마라마라 호호

 

 

 

 

 

척박한 땅이라는 것은 강원도 산비탈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경사에 어른 머리만한 돌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어서, 손으로는 어지간해서 밭을 개간할 수가 없는 곳이 태반이었다.

먹을 것이 곤궁한 시절, 화전이라도 일구기 위해 이 척박한 땅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소는 가축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소 한마리로는 도저히 이랑을 낼 수 없어서 소 두마리로 밭을 가는데 이를 겨리쟁기질이라고 불렀다.

이 때 두마리의 소에게도 따로 별칭이 있어서 밭가는 주인을 기준으로 오른쪽을 '마라소' 왼쪽을 '안소'라고 부른다.

밭가는 경험이 많은 소를 '한소'라 하여 왼쪽에 세우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소를 '마라소'라 하여 위쪽에 세워서 두 마리의

지혜와 힘을 조합한다.

밭갈애비가 이 두마리의 소를 몰려면 고삐를 당기거나 채찍질을 하여야 할 것인데, 오랜 경험과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소의 성품에 따라

밭갈애비는 고삐와 채찍 대신에 노래를 불렀다.

 

이러 너무 나간다 이러 올라서
이러 올라서 쳐지지 말고서
저 비탈밭에 이러 넘나들지를 말아라 이러 이러 호
이러 호호 마라소는 한발 덜 나가라 이러 호호

소와 주고받는 이 소리는 단지 인간과 가축의 관계를 넘어서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소'라는 친구를 향한 소리이기도 하고,밭을 가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비탈진 밭이 아니라 비교적 평평한 밭을 가는 '호리소'도 인간의 친구였다.

 

 

 

 

 

 

 

 

 

 

 

 

 

 

 

사람 못 살 땅이지만 '소'라는 듬직한 친구가 있었기에 사람 살만한 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