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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산림문화/오래된 나무이야기

반계리 은행나무-사계

 

 

최소한 800년 이상을 살았을 이 나무를 마주대했을 때 느낌은 건강함이었다.

 

 

 

 

 

 

 

 

이 은행나무를 처음 만난 것은 늦은 여름이었다.

까만 차양이 쳐진 인삼밭 옆에 우람하게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167호

정확한 명칭은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면 반계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동고속도록 문막 IC에서 나와 42번국도 반계IC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 언덕위에 거대한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원주시에서도 문막은 섬강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지형과는 다르게 제법 너른평야가 있어, 옛날부터 이 지역은 강원도의 곡창지대로서 역할을 해왔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 중 하나로 높이가 34.6M, 둘레가 16.9M 밑둥둘레가 14.5M에 이른다고 한다.

나무의 규모가 너무 커, 한낮이면 천평이 넘는 땅에 그늘을 드리울 만큼이라고 하니, 실로 눈으로 보지 않고는 이 나무의 거대함을 알 수 없다.

 

 

 

 

 

 

 

 

나무의 나이가 800~1000년 정도라고 하니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없다.

오래된 나무답게 이 나무에도 여러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 전설을 들어보면, 이 나무속에는 흰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이 나무에 함부러 손을 못댄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전설은 이 큰나무에 단풍이 한꺼번에 들면 그 해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반계리 은행나무에서 바라 본 문막모습

 

이 은행나무는 은행이 열리지 않는 수나무이다.

은행나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유래는 여러 가지 설로 나뉘어지는데, 이 마을의 토박이인 성주이씨가 처음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심었다는 이야기와

어떤 대사가 목이 말라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난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았는 데, 그 지팡이가 자라서 이 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지팡이를 꽂아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내려오는 전설인데, 이는 나무의 '신령성'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 아닐 까 생각해

본다.

 

 

 

 

 

 

 

그 해 가을에 결국은 은행이 물든 모습을 보지 못하고 겨울을 맞고 말았다.

강원도 분지의 혹독한 추위는 반계리 은행나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눈까지 내려 은행나무는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굵은 가지에 쌓인 눈의 모습이 혹독한 계절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계리 은행나무 밑둥치

 

 

 

 

 

 

 

 

 

고단한 계절이지만, 단단하고 깊은 뿌리가 있어, 견디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실핏줄처럼 엉킨 작은 뿌리에서 이 거대한 나무를 지탱해주는 힘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해가 바뀌고 드디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여름이 던져주는 나무의 싱그러움도 좋지만, 역시 은행나무는 가을에 만나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온통 금빛으로 물든 모습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800년 이상을 살아온 삶에는 그저 묵묵함이 있을 뿐이다.

은행나무를 보고 우주를 생각하고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