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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써는 소리

자 부산 갔다 왔구나 딱 벌어졌다

(앗다 썩었다)

자 안고 지고 막 드간다 가마솥 벽 등 달았구나

자 이거는 안개 오짐⑴이다

우물할미 속갈비⑵가 막 안고 지고 막 드간다

자 이거는 뭐이나

양지짝에 노랑싱거리 음지짝에 시커먼 먹싱거리⑶ 막 드간다

자 일시도 맘 놓지마라 

잘 딛는다 하 잘한다 이 사람들 봐라

술 한 잔 더 줘야 되겠구나

자 이거는 양지쪽에 바싹 마른 노랑싱거리

이거는 저저 뭐시기 꼴딱뭄푸레⑷ 드간다

자 재밌게 노니 좋다

이것 봐라 황장목꼭다리⑸ 안고 지고 막 들어온다

앗따 이 사람들 참말로 근사하게 잘 써는구나

멋지다 멋져 잘 누린다 엄청나다 잘한다

자 안개 오짐이구나 이게

자 이거는 무엇이노

꼴딱물무레 이거는 돌겨 모로 하는 꼴딱뭄푸레 드간다

일시도 맘놓지 마라

적다고 맘 놓지마라 으신 누레라

자 이거는 무슨 낭기노⑹ 이게가

이거는 마 뭔 낭긴지 몰신하다⑺

일년초구나 이게가

일년촌데 아람이 모자라 못 끌어놀다

이거는 물렁한 (자 우물할미 열가지다)

이거는 하마 몇 년 묵은 낭기다 이거는

야 일년 이년 삼년 사년치게 드간다

이거는 일시도 맘 놓지마라 우러리다⑻

사등뼈다 꽉 눌레라 으신 깨물어라 이건 잘 안떨어졌다

자 이거만 끌어내면 장사다 이 사람들 잘한다

하기는 잘한다



⑴안개오짐: 안개 오줌. 너물 물러서 흔적이 없을 정도라는 것을 표현한 말.

⑵우물할미 속갈비: 덤불을 말함.

⑶싱거리: 나무의 일종. 음달에서 자라는 검은빛이 나는 것을 먹싱거리라 하고, 양지쪽에서 자라는 누런빛이 나는 것을 노랑싱거리라 한다. 

음달에서 자라는 먹싱거리는 밤나무 종류로 잎이 넙적하고 검은 빛이 나며 도토리 같은 열매가 열린다고 하는 물밤나무라고도 한다. 

꼴딱뭄푸레: 물푸레나무의 일종으로 가늘어도 몹시 야물다고 한다. 

황장목꼭다리: 풀에 소나무 가지가 섞여 있을 때 하는 말. 소나무만 황장목이 된다. 

⑹낭기노: 나무인가.

⑺몰신하다: 물렁하다.

⑻우러리: 풀이나 나무가 몇 해 묵어서 굵은 것을 말함.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써는소리는 논에 거름을 넣을 갈이나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기 위해 작두로 썰면서 하는 소리이다.

예전에는 비료가 없어 논이나 밭에 모두 풀을 베어서 거름으로 썼다. 

풀을 벨 때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했는데, 이 날은 마을의 작은 잔칫날이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은 가까운 야산에서 벤다. 

거름에 들어갈 풀은 주변에 있는 풀들을 이용하지만, 소만무렵 모내기를 위해 논에다 넣을 풀은 먼산까지 올라가서 떡갈나무순을 

베어오기도 한다. 논에는 주로 갈풀을 많이넣고, 위의 가사에서도 보이듯이 물밤나무, 물푸레나무, 소나무가지, 박달나무, 싸리나무 등 

짐풀은 밭에 주로 넣었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아침부터 산에서 베어 낸 풀들을 지게로 하루 종일 져 날라 오후에 본격적으로 썰기 시작한다. 

풀짐을 나르는 일은 고되지만, 여럿이 공동으로 작업하기에 그 양은 십시일반 마을 창고를 그득 채우고도 남는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작두날을 숫돌로 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작두날이 안들면 오히려 잘 들때 보다 사고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썰기를 하기 전에, 칼을 다루는 공동작업은 아무래도 위험이 많이 따르기에, 조촐하게 상을 차리고 고사를 올린다.

고사상은 간단하게 백설기와 전 그리고 제주(술)는 막걸리로 차려졌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은 논에 넣었던 갈풀이나 밭에 넣었던 짐풀 모두 대부분 둘이 딛는 쌍작두로 썬다. 

풀을 써는 작업은 작두를 딛는 사람이 두 명, 풀에 작두를 메시는 사람, 썰어낸 풀을 끌어내는 사람, 풀 메시는 사람에게 풀을 

날라주는 사람 두 명, 풀더미를 만드는 사람 등 모두 7~8명이 동원된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을 작두에 메시는 사람이 주로 풀써는 소리는 불러서

작두를 딛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풀의 상태를 알려주어 작두를 딛는 다리의 힘을 조정하도록 한다.

즉 풀써는 소리는 작두에 풀을 메시는 사람이 작두를 딛는 사람들에게 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풀의 종류를 알려주는 소리인 것이다.

위의 노래가사에서도 보이듯이 안개오짐, 우물할미 속갈비, 싱거리, 꼴딱뭄푸레, 황장목꼭다리, 낭기노, 우러리 등 그 지역의 다양한

방언이 가사에 녹아있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작두로 썬 풀을 끌어내어 풀더미를 만드는 모습. 

보통은 이렇게 썬 풀들은 외양간에 넣으면 소똥과 함께 섞여 거름으로 이용 된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써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다.

마을 아낙들이 모여 공동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잔치준비를 한다. 

전통적으로 풀썰기에 해먹는 밀떡은 칡잎 등에 싸서 만든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썰기가 끝나면 '작두놀리기'라 하여 작두를 끌고 다니며 춤을 추고 노래한다.

'흥'은 마을축제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강원도 인제 풀썰기 (2012년 9월)


풀썰기는 사라져가는 민속문화로,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특히 공동체문화의 해체는 이런 전통문화를 현장에서 빠르게 소멸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요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더 절실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