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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무꾼의 노래 ‘경북 어사용’


나무를 한 짐 해놓고 숨을 고르며

슬픈 나무꾼의 노래 경북 어사용


<백남진(,1924) / 경상북도 구미시 지산동 어낙마을 / 2003>



 

                                                                              



숨도차고 올라가자 잠깐 쉬서

담배도 한대 피우고 그라고 가자


바람아 광풍아 부지마라

동풍 낙엽이 다 떨어진다

낙엽조차 떨어지면 우리청춘 다 늙어지네

가세가세 어서가세

헌짚신짝 지게목발 달아메고 점심밥도 없이

굽이굽이 굽은 길을 나무하러 가세

검은산성 들어가니 하난 죽어 오라칼까

이럭저럭 하다보니 만장등걸 한짐일세

가세가세 어서가세 찬물탕에 내리와서

찬물 한 모금 마시고서 지게작지 딸딸 끌면 굽은 길을 조심하게

한발짝이 잘못띠면 석삼골에 넘어진다

가세가세 어서가세



백남진 소리꾼은 인간 문화재이다.


해질녘, 이미 추수가 끝나고 스산하기 그지없는 허허벌판에서 그는 들노래, 아리랑, 어사용으로 신명을 풀어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서서 밀양 아리랑을 부르며 가볍게 어깨 춤을 추던 그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노래는 경상도 지역의 대표적인 민요 어사용으로, 나무꾼들이 이른 봄 산에 올라 나무를 할 때 불렀던 신세타령이다


그래서 흔히 나무꾼 신세타령이라고 한다.


한숨에 섞여 흐느끼듯 내지르는 곡조에 인생의 체념적 노랫말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주 독특한 신세타령이 만들어진다.

온통 연초록으로 세상이 물들어가는 초봄, 남의집살이를 했던 머슴들은 이 노래로 배고픔을 잊었고, 한바탕 울고 난 뒤의 개운함도 함께 얻었을 것이다.